여기에 나온 개념도는 1993년 8월 16일부터 10월 1일까지 46박 47일동안 OB 28기 서은호 선배님과 33기 유명희 선배님, 그리고 동생 유영관씨, 3명이 무지원으로 종주를 끝마친 다음 1/50,000 지도를 근거로 축소해서 그린 것입니다. 10년전이므로 지금과는 다른 곳이 있겠지만 산줄기는 거의 일치합니다.
추풍령 너머 작점마을부터 장자동의 갈영까지는 부득이하게 차량이동을 하여 상세한 내용은 없으나 개념도에는 포함되어 있으니 참고하십시오.

기 록 : 유 명 희

구간 : 지리산 토끼봉부터 육십령 근처까지(6일)
8월 16일 월요일
08:30 광주 출발 11:00 진주 12:30 중산리 13:30 점심 후 출발 14:30 칼바위 16:20 로터리 산장 18:50 천왕봉 정상 20:05 장터목 산장 막영

밤동안 비는 계속 내렸다.
후배 현조와 양숙의 배웅을 받으며 옥자 언니, 경자, 은호형, 명희는 백두대간을 위해 광주를 떠난다. 차창 밖의 비가 착잡하게 만든다.
중산리에서 점심을 먹고 비를 맞으며 산행을 시작한다.
배낭이 꽤나 무겁다. 경자가 무척이나 힘들어 한다


8월 17일 화요일
07:20 출발 08:45 세석 산장 11:45 선비샘 도착 13:00 벽소령 도착 14:10 점심 후 출발 17:00 연하천 산장 19:15 토끼봉 정상 막영

배낭은 어깨를 자꾸 짖눌러 오고 속도는 계속 느려진다. 가야 할 삼각고지, 명선봉, 토끼봉이 아련히 구름 속으로 모습을 보여 준다. 아스라이 보이는 벽소령의 모습이 앞 길이 순탄치 않음을 암시하는 듯 하다.
삼각고지에 생각지도 않은 매점이 있어 막걸리 한잔.
계속 돌길의 오르내림이어서 옥자언니와 형의 무릎에 이상이 온다.


8월 18일 수요일
06:15 출발 07:45 삼도봉 도착 08:45 임걸령 도착 10:30 노고단 도착 13:10 성삼재 출발(점심) 14:10 고리봉 16:05 만복대 17:10 정령치 19:10 고촌리 다리 옆

새벽 하늘의 별들이 쏟아진다. 은호 형은 추운 줄도 모르고 머리를 밖에 내놓고 있다. 명희도 따라 해본다. 또 한번 후회한다. 별자리에 대한 미련 때문에 어제 노고단에서 막영을 하면서 막둥이를 만났어야 했는데 걱정된다. 추위에 얼마나 떨었을까?
빨리 노고단에 도착하고 싶은데 배낭이 어깨를 짖눌러 미쳐 버릴 것만 같다. 다행히 옥자 언니와 경자가 힘들어 해 나의 힘겨움이 감춰진 듯 하다.
누구인지 인사를 한다. 알게 뭐냐. 무거워 죽겠는데. 힘겹게 노고단을 향하고 있는데 동생이 보인다. 막둥아!
이렇게 반가운 막둥이는 예전에 없었다.
어제 밤부터 아침까지 굶었단다. 그리 소중하기만 한 막둥이. 명희가 얼마나 웬수 같았을까?
성삼재에서 막걸리와 점심을 먹고 지리산 종주를 같이 했던 옥자 언니, 경자와 작별을 한다.
이제 은호 형, 막둥이, 명희 이렇게 셋이다.
고리봉을 지나는데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고 운해가 장관을 이룬다. 막둥이가 멀리 둥그스름한 것이 무등산이고 그 위쪽이 광양 백운산이란다.
비가 온다. 유난히 변덕스러운 날씨 덕에 막둥이만 신이 난다.
막둥이의 소원은 비옷 입고 비옷을 적셔 주는 빗소릴 들으며 산행하는 것이 소원이었단다.


8월 19일 목요일
06:45 고촌 출발 07:20 용봉 노지마을 08:45 수성봉 도착 09:20 입망치 09:25 여원재 도착 14:10 권포출발(중식) 16:40 매요 마을 18:50 이실재

노지 마을에서 수정봉으로 바로 올라 뒷산을 통과하여 밑으로 보이는 마을이 정겹게만 보인다. 여원재에서 장서를 향해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오토바이 세 대가 우리를 앞질러 가더니 다시 돌아오면서 우리의 방향을 묻는다. 846.4봉을 가르켰더니 군사기지인 고남산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권포로 해서 올라가면 쉬이 갈 수 있다며 친절을 매푼다. 적어도 세시간을 걸어야 할 거리를 10분에 달린다.
여원재에서 얻은 감자를 삶기 위해 형은 불을 지피고 막둥이는 소금을 얻으러 민가로 내려간다. 그리고 휴식과 약간의 낮잠.
감자를 먹고 라면을 먹어서인지 배가 불러 든든하다. 그런데 동네 뒷산의 잡목에서 모두가 질려버린다. 이실재에 도착, 도로변에 막영을 한다. 모닥불을 지피고 노래 한 가락. 그래서 좋다. 모닥불을 지펴주신 형이 무진장 고맙다.


8월 20일 금요일
06:45 이실재 출발 09:30 새백이재 위쪽 능선안부 10:40 781고지 11:20 성터(아막성) 12:00 복성이 뒤 도로 13:30 점심 후 출발 17:00 봉화산 도착 18:45 광대치 막영

복성이 성터의 잡목 숲과 억새풀 사이를 지나면서 보이는 송원전문대와 서강전문대의 표식기를 보며 작년 대간을 종주해 낸 세 여자의 대단함을 느낀다. 아울러 앞서 간 대간 팀들에 대한 경외감도 함께.
잡목에 미쳐버릴 지경이다.
복성이골에 도착해서 라면을 먹으려고 하는데 물사정이 별로 않좋다. 동네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상당한 거리, 대충 물로 떼우고 나물 캐는 아저씨를 만나 싸리버섯을 배운다. 목장 옆을 따라 걷는데 염소들이 나와 있다. 한마리 잡아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옮긴다. 봉화산에 오르니 옛 흔적이 남아 있어 안개 속에 한껏 신비로움을 더한다.
더욱 어둑해져서 광대치 도착. 초지 위에 텐트를 치고 들어가니 아늑하다.


8월 21일 토요일
07:15 광대치 출발 09:45 중재 도착 11:30 중고개재 13:20 백운산 14:05 점심 후 출발 15:35 1075.6고지 19:00 막영지 도착(917.7 너머 안부)

아침에 일어나서는 우리는 아무런 쓸모 없는 얘기들을 찌껄여 본다.
비오는데 이곳에서 하루 쉴까? 저 아래 마을로 내려갈까? 하면서도 서서히 배낭을 꾸리고 있다.
형과 산행을 같이 하려고 했던 명희가 너무 무모했다는 생각. 도대체 힘에 겹다.
중재에 이르러 무우 한뿌리를 뽑아 허기진 배를 채우고 다시 앞으로.
중고개재에서 백운산으로 오르는 도중 막둥이는 너무나 많은 생각들이 떠올라 나중에는 무엇을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단다. 그래 여기 있는 우리는 미쳤는지도 모른단다. 오늘은 안개 한번 걷히지 않았다.

500-757
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로 77 전남대학교 제1학생회관 400호
회장 임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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