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록 : 유 명 희

구간 : 육십령 근처에서 삼도봉까지(5일)
8월 22일 일요일
07:50 출발 08:50 밀령 도착 09:35 깃대봉 도착 11:00 육십령 도착 , 막영

깃대봉에서 "독도에 신경써라"라는 말을 뒤로 하고 내리막을 신나게 달려온다. 길을 잘못 접어들리라고는 생각지도 않고 그저 좋아서 내려온다. 육십령이 바로 앞이라는 생각에. 헌데 가슴이 철렁하다.
"또 길을 잃었구만" 하는 형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너무 평평한 안부지형으로 내리막길에서는 능선 구분이 잘되지 않은 곳이다.
안부로 다시 올라서서 '한 번만 더 길이 틀려버리면 명희는 미쳐버릴 지도 몰라.' 하고 정신을 가다듬는다. 미칠 일 없이 육십령에 도착.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난다. 백두대간을 두달에 걸쳐 종주 중인 대구 여성산악인으로 은호형과 아는 사이어서 반가움이 더하다. 관록인지 끝나감인지 우리보다 여유있어 보인다.
낮 12시부터 마시기 시작한 술이 점심도 저녁도 대신하고 밤 열두시까지 계속된다.


8월 23일 월요일
06:15 육십령 출발 06:40 영각사 도착 07:10 매표소 도착 09:50 남덕유 정상 12:40 삿갓골재 13:55 점심 후 출발 14:50 무룡산 통과 16:35 동엽령 출발 18:00 중봉 못 간 삼거리 도착 19:25 헬기장 막영

어제 꼬박 12시간을 술과 더불어 산행하고 5시에 일어나 어김없는 아침식사, 여섯 시 출발
육십령에서 남덕유의 능선을 피하고 영각사에서 남덕유로 바로 오르기로 한다. 술과 바위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덕유산 향적봉으로 가는 갈림길을 지나 외로운 백두대간으로 접어든다.
길을 찾는다는 것, 즉 지도를 읽는다는 것이 얼마나 신중을 기해야 하는지 새삼 느꼈다. '이 정도면 방위각이 바뀌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고 등고선을 세 개나 더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다 바뀌고 있었다.
헬기장에 우리의 집을 짓고 커피 한 잔과 더불어 별을 노래하며 우리 셋은 마냥 행복하다.


8월 24일 화요일
06:55 출발 07:50 1302.2봉 도착 09:15 지봉 갈림길 삼거리 도착, 정상 12:00 신풍령 막영

오늘 길은 대체로 양호했다. 하지만 억새와 싸리나무 숲이 운행을 더디게 한다. 오늘은 산중휴일로 정했던 날인데 어제 육십령에서 반나절을 쉬었기 때문에 오늘은 반나절 밖에 쉴 수 없었다. 이곳까지 온 것을 흐믓해 하며 소주에 비싼 도토리묵까지 곁들인다.
막둥이는 군대문제로 28일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광주로 가고, 형은 아는 사람들을 만나러 구천동에 내려갔다가 소주와 닭고기를 사가지고 올라왔다.
감자와 고추장, 된장, 김치를 구천동에 사는 두 분이 가지고 저녁에 올라왔는데 이것을 어찌해야 할지...
형은 가져간다 하고, 형을 바라보는 명희의 눈은 짓눌린 무게만큼이나 커지고...


8월 25일 수요일
08:00 신풍령 출발 10:50 삼봉산 도착 13:00 지경내 위 도착 14:40 점심 후 출발 16:20 대덕산 정상 17:05 대덕산 아래 샘터 18:30 덕산재 막영

배낭을 꾸리는데 형이 고추장, 된장, 김치를 배낭에 쑤셔 넣는다. 나로서는 들기도 힘든 배낭에 쑤셔 넣으면서 그래도 웃으신다.
이젠 둘의 산행이다. 막둥이가 가고 없으니 형은 명희 따윈 안중에도 없나 보다. 길도 없고 잡목투성이 능선 비와 함께 하는 힘든 산행인데도 점심으로 준비한 생라면은 먹으려고 생각을 안하니...
오늘 운행했던 삼봉산, 대덕산은 얄밉기까지 하다. 힘들게 올라 그렇게 쉽게 떨어지다니 억울하다는 생각 뿐이다. 막둥이가 있었으면 어떠했을까? 오죽했으면 "문둥이 XX"라는 말이 나왔을까?
이젠 대덕산도 올랐으니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할텐데.


8월 26일 목요일
08:30 덕산재 출발 11:35 853.1 도착 12:30 부항령 도착 16:20 1170.6봉 도착 18:00 삼도봉 정상 18:30 삼도봉 밑 헬기장막영

텐트를 때리는 빗소리가 싫지 않다. 온종일 이렇게 비가 오고 텐트에서 쉬었으면 하는 바램. 은호형이랑 손을 "짝!" 맞추면서 오늘은 쉬기로 결정. 은호형은 화장실가고 명희는 쌌던 침낭을 풀고 누웠다. 빗소릴 들으면서.
몇 분이 지나서 텐트로 들어오는 은호형 왈. "명희야 출발하자. 비도 그쳐가고 초입 찾았어!" 화장실 간 사람이 초입을 찾아서 오다니. 할 말을 잃고 배낭을 꾸린다. 종일 비가 내린다.
왠지 지저분하다는 생각. 하루 종일 몇 미터 앞이 보이질 않는다.
형은 무슨 생각을 하며 걷는지 명희는 온갖 생각을 하며 걸어보지만 결국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500-757
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로 77 전남대학교 제1학생회관 400호
회장 임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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