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록 : 유 명 희
일주일을 같이했던 백문선 선배와 오늘 이별했다. 선배는 설악으로 가 단풍과 함께 대청을
오르겠노라 했다. 정이들면 헤어짐이 이리 힘이 드는 것을.
사람을 기다리다 늦어버린 하루의 일정을 단축하기 위해 얼마나 쉬지 않고 달려야 할지.
함백산 아래에서 32일만에 우리의 첫 간식을 먹는다. 약과 두 개. 이곳에서부터는 멧돼지가
길을 마구 파헤쳐놓아 어느 것이 사람의 흔적인지 모를 정도다. 오늘은 생각지 않은 어제의
휴식으로 인해 일정에 쫓기어 무척이나 긴 거리를 운행하여야만 했다. 왠지모를 원망이...
한의령아래에서 팔자에 없는 트럭 한번 탔는데 우리의 대가는 너무컸다. 은호형의 32일간
친구였던 지팡이를 잃었고, 막둥이는 긴팔을 대신했던 토시를 잃었다.
텐트를 미쳐 치기도 전에 비가 쏟아진다.
9월 17일 금요일
05:00 기상 11:00 막영지(한의령) 출발 11:25 1009.9 고지 13:15 1010고지 13:30 997.4고
지 14:25 1055고지 도착 15:10 덕항산 17:05 1036고지 18:40 1058.6고지에서 광동댐 이주
단지
밤새 텐트를 때리는 빗소리가 아름답다. 아침밥을 빨리 먹기는 했는데(06:00), 출발을 하지
못하는 형의 저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안 본 사람은 상상도 못할걸). 며칠만에 만난 비여서
인지 그저 좋기만 하다. 텐트를 때리는 소리가 행복하게만 들려온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
던 우리는 결국 포기하고 점심을 빨리 먹고 11시에 출발하기로 결정. 하루종일 안개와 바람
이 끊이지 않는다.
1009.9지점에서는 생각없이 오르고 내려가는 길이 잘못되었다네. 지도 판독을 하니 정상
못가서 길이 꺽여져 있단다.(고도 40m 전에서 능선이 갈라짐) 비와 바람이 거세어지면
질수록 더욱 생기돌고 살아있음이 뼈속깊이 느껴진다. 날이 저물고 안개에
쌓여서 우리는 능선 바로밑에 있는 광동댐 이주단지(고냉지 채소지)로 내려가기로 했다.
엄형길이라는 국민학교 6학년 꼬마의 안내를 받아 빈집으로가 짐을 푼 후, 밥을 같이 먹고
후식도 먹었는데 모든게 이상한가 보다. 풀어헤친 짐이며, 먹는 밥이며. 많은 얘기를 나눈다.
주위에 있는 동굴, 시골 꼬마의 하루생활에 대해서.
9월 18일 토요일
07:20 막영지(광동댐 이주단지)출발 08:10 큰재(넓은단지) 09:05 1059고지 10:00 2번째
1059고지 통과 10:10 댓재(막영지 적당) 11:25 1028도착 13:40 두타산 정상 14:40 점심후
출발 15:20 박달령 도착 16:10 청옥산 16:40 연칠성령 도착
잠과 밤은 띨레의 기쁨. 아침은 띨레의 고통. 밤이면 잠 못들어 고통스러워하던 띨레의 사
람되가는 모습이다. 바람소리가 너무 무시무시해서 출발하기가 두려웠는데 배낭을 매고 나
서니 가을 바람이 상쾌하기 이를데 없다. 꼬마아저시가 배웅나왔다. 배추작업을 하던 아저
싸, 아주머니가 주는 막걸리 한잔의 맛.
잡목은 우거져 있으나 길은 뚜렸하다. 서서히 물들어 가는 가을산의 단풍을 한껏 만끽하면
걷노라니 내려갔는데 다시 돌아오고 싶은 마음. 막둥이 왈, "은호형은 물도 먹지도 않으면서
무슨 물 욕심이 그리도 많아."
9월 19일 일요일
07:30 막영지 출발 08:00 고적대(1353.9)도착 10:00 1142.8 도착 10:45 이기령 12:00 상월
산 12:40 원방재 도착 13:40 점심 및 휴식후 출발 14:55 1033고지 15:45 987.2 고지
17:20 백복령(막영)
오늘도 하루종일 걸어야 한다. 이젠 모든 것을 마음속으로 삭이려한다. 배고픔도, 다리아픔도,
모든 짜증도. 따뜻한 햇살만을 걷기로 마음 먹어보나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
백복령은 한창 도로 포장 공사중이다. 아마도 이다음 이곳을 다시 걷게 된다면 그때는 휴
게소를 볼 수 있겠지.
9월 20일 월요일
07:25 출발 08:55 796고지 도착 09:40 생계령 11:25 900.2 12:45 점심후 출발 13:40 석병
산 15:25 두리봉 16:20 866.4 17:20 삽답령 도착(막영)
서서히 낯익은 지명으로 접어든다. 백복령, 삽답령, 대관령, 텐트가 날아갈듯하다. 잠못드는
명희는 새벽에 일어나 밥을 한다. 심하게 부는 바람에 결국 물을 엎질러 화상을 입는다. 물이
엎질러진 다리는 부어오르고, 수포가 생긴다. 남은 날이 막막하다. 은호형은 치료를 해주면서
"산행이 싫어? 싫으면 말을 하지. 왜 발에다 물을 부어? 명희야 한쪽다리에 더 부어라.
우리 너 다친 핑계대고 광주가자"
다친 사람만 억울하지. 누가 대신 가주는 것도 아닌데.
9월 21일 화요일
산중휴일
우리는 담배를 사러 30분을 걸어서 내려갔는데 가게에 주인이 없네. 허탈하게 웃어본다. 임계에
내려가서 은호형은 힘의 근원 만화방 찾느라 눈이 초롱초롱하다. 막둥이는 한맺힌 초코파이
한 상자와 우유 500ml 들고 먹기 시작. 임계에 있는 약국에 들려 바세린 거즈를 몇 개 구입한다.
우리는 떡본김에 제사지낸다고 해장국 먹고, 초코파이 먹고, 떡볶이 먹고, 오뎅먹고,
닭고기도 하나 사고. 즐거운 휴일이었다. 소주에 더덕안주를 먹으면서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더덕님! 내게 힘을 주세요' 라고
Chonnam National University Alpine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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