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록 : 유 명 희

구간 : 죽령에서 화방재까지(5일)
9월 10일 금요일
03:40 막영지(죽령)출발 05:00 송신소(제2연화봉) 05:55 소백산 국립천문대 도착 06:45 제 1연화봉 도착 07:40 비로봉 밑 주목관리소 08:30 아침 간식후 출발 09:35 국망봉 도착 10:25 1272고지 14:25 마당치 도착 16:25 고치령 도착(막영)

새벽 한시에 기상. 밥을 먹고 배낭을 꾸려 새벽별을 보며 죽령에서 소백산으로 향한다.
오늘부터는 백두구간을 구간으로 나누어 단독종주를 하고 있다는 백문선 선배와 우연히 함께 한다. 웃으며 출발하나 새벽공기가 차가. 풍기의 야경을 보며 걷다보니 어느덧 주위는 환해져 있고 국민하교 책표지에 나오는 소백산 국립천문대에 도착. 비로봉밑 주목관리고에서 간식 겸 휴식을 취하고 출발하였으나 국망봉을 지나면서부터 이정표들이 엉망이다. (자연 휴식년제라지만 너무한다.) 마당치가 이곳 저곳에 있는 것처럼 표시되어있다. 마치 우리의 막영지가 마당치나 되는 것처럼. 마당치를 되뇌이며 갔는데 마당치는 막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잡목과 억새에 덮여 있었다. 고치령에 4시경에 도착해서 텐트를 치고, 오다가 캔 더덕을 씻고, 또 모닥불 준비를 하면서 작년을 생각해본자. 비가 많이 왔었고, 추위에 떨었고, 트럭을 만났는데 아저씨가 도솔봉 아래까지 데려다 준다던 때를


9월 11일 토요일
07:30 출발 08:30 877고지 08:55 미내치 통과 09:10 854고지 10:25 1096.6고지 도착 11:15 마구령 도착 12:05 중식 후 출발 12:55 1057고지 14:25 966고지 14:45 늦은목이막 영

가는 곳마다 작년의 기억들이 새롭다. 철희, 윤자, 호성이, 광복이형, 은호형, 고마운 사람 들. 마구령에서 비를 맞으며 모닥불 피워놓고 닭고기 구워먹던 일, 뼈는 발라내서 죽을 끓여 주던 윤자, 철희, 호성이. 모두가 또 보고픔은...
며칠전 지나갔던 태풍이 강했긴 강했던 모양이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많이 쓰러져있다. 피 곤한 몸에 길을 막고있는 나무들이 짜증스럽기만 하고, 태풍이 불 때 여길 통과했다면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일찍 도착한 늦은목이에서 막영을 하며, 이곳에서 작년에 밥에다 석유를 부 어, 밥에서 불이 타오르던 일을 생각하며 웃어본다.


9월 12일 일요일
06:45 막영지(늦은목이)출발 07:40 선달산 정상 09:55 박달령 11:30 옥돌봉 정상 13:50 도래기재 도착

안개와 함께 시작된 산행은 선달산 까지 쉬지 않고 힘차게 올라간다. 완만한 능선길상에 나타난 박달령. 옥돌봉 오르는 길에 도로가 산의 허리를 뚫고 있다는 형의 말(착각이었음). 명희는 선두를 서면서 쉬어갈까 하다 도로를 의심하면서 그냥 걸어본다. 막둥이가 씩씩거리 면서 뒤따라온다.
정상(옥돌봉)에 도착한 막둥이 왈, "도로 어디있어! 잉?" 1시간 15분을 쉼없이 걸어서 정상 이었다. "어디로 가야하나. 어디로 가야하나. 밤은 깊고 설움 짙어 달빛도 서러운데" 노래를 부르면서 쉬엄 쉬엄 도래기재를 향한다. 도래기재에 도착. 막둥이는 기쁨도 잊은채 바위에 털퍼덕 주저 앉아있다. 은호형 왈, "막둥아! 왜그래 짐풀어(13:50) 싫어? 싫으면 더가고" 막 둥이 그제야 환희 웃으며 "진짜 여기서 막영해요?" 하금정과 춘양을 오가면 사온 소주에 고 기와 더덕안주를 먹는 이밤 행복한 날이었다.


9월 13일 월요일
08:15 막영지(도래기재) 출발 09:00 임도(도로) 11:05 구룡산 정상 12:30 시멘트 헬기장 13:50 점심 후 출발 16:05 장바위 위 능선 18:50 태백산 정상(막영)

어제 너무 과한탓에 출발사간이 좀 늦다. 명희는 구룡산을 오르는 도중 선두에서 거미줄을 얼굴로 걷어내면서 열을 받을대로 받았다. 장바위 뒷능선에 텐트 자리가 잘다져져 있다.
은호형 왈, "막영할까? 근데 말이야 우리 텐트가 너무 커서" 물만 보충하고 터벅터벅 태백산 정상을 향한다. 태양이 지는 태백산. 황홀 그것이었다. 그 기쁨도 잠시였다. 구룡산에서 태백 산 오르는 도중에는 시범 때문에 귀가 따가왔고 이 밤에는 산왕대신께 기도드리는 신자들 때문에 괴로웠다. 은호형이랑 막둥이는 자장가였다는데.


9월 14일 화요일
09:10 막영지(태백산 정상) 출발 11:30 유일사 위 능선 12:20 도로(유일사 입구 매표소) 15:00 화방재(막영)

오늘은 태백산 아래 화방재에서 선민정을 만나기로 했다. 느긋하다. 밤새 내내 산완대신께 기도드렸던 아저씨가 소주와 부식을 좀 주신다.
어제 잠설친 것은 까마득하게 잊고 그저 고마워서 인사 꾸벅.
내려오는 도중 우리와 비슷한 무식하게 큰 배낭을 맨 사람들을 만났다.
민족 한의학 사수를 위한 투쟁의 일환으로 학생화의 후원을 받아 백두대간을 진부령에서 출 발한 경산대 한의대생들이었다. 아침에 얻은 술이 있음을 감사햐며 운행중지. 술과, 그들이 꺼내 놓은 푸짐한 간식, 땅콩, 별미의 미숫가루, 비스켓. 형은 자제를 하신 것 같은데, 막둥 이와 명희는 체면이 다 뭐야. 어제 본 태백산의 낙조보다 더 황홀하다.

9월 15일 수요일
산중휴일

합류하기로 한 사람이 어제 안와서 오는 기다리기로 했다. 화방재, 휴게소, 주유소, 목장, 무료한 하루. 지쳐 쓰러지는 날까지 걷고싶다.
새벽 네시경이었다. 화장실 갈려고 밖으로 나왔는데 내앞을 승용차가 하나 지나가는데. 혼 자서 생각해본다. 운전하는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했을까? 아마도 이 아저씨는 나의 이야기 로 오늘 하루를 보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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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김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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