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록 : 유 명 희
오랜만에 날씨가 좋아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니, 저 길을 진짜 내가 걸어왔을까 싶을 정도
로 멀리 보인다. 마치 형은 2학년 조장이요, 명희는 뒤만 따르는 1학년 같다. 햇살은 좋은데
팔은 마비되어 오고 이게 무슨 부조화람.
질매재에 도착해서 따뜻한 햇살과 바람을 벗삼아 생라면을 질겅질겅 씹어 먹는다. 재 바로
밑에 사시는 할아버지께서 올라오시더니 "왜 끓여 먹지 않고" "이 아가씨가 생라면을 좋아
해서요" 서로 바라보며 한참을 웃어본다.
황학산은 마치 고속도로 뚫어 놓은 듯 하다. '관절이 안 좋다는 형은 잘도 가네' 라고 투덜
거리며 뒤따른다. 뛰다시피 하면서 도착한 막영지에서 명희 왈 -
"형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잠이 안 올 것 같아"
8월 28일 토요일
07:40출발(황학산 너머 안부) 08:30 여시골산 09:20 궤방령 도착 10:15 공수동위 오리골
도착 11:00 오리골 위 능선 도착 12:00 가성산 (일명 가재산)도착 13: 25 장군봉 14:25
눌의산 16:00 송리 16:20 추풍령 18:45 작점마을
소중한 막둥이 만나는 날. "어제는 명희가 완전히 가 버린 날이었다." 라고 형이 아침부터
놀린다. 잠을 못 잘 것 같았는데 이번 산행중 가장 잘 잔 밤이었다. 이제는 웃을 힘도 없는
데 "명희야 오늘은 궤방령 가서 놀자"라며 심술궂게 웃는다. (안 믿는다 안 믿어)
오늘도 자두맛 사탕이 무슨 보약이나 되듯 깨물며 간다. 궤방령밑 오리골을 지나면서 사과
밭을 만났다. 무거운 줄도 모르고 마구 따서 배낭에 쑤셔 넣고. '오늘 하루는 그래도 배고픔
에 허덕이지 않겠지'라는 생각에 흐뭇하다.
막둥이와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 작점마을에 가니 아직 막둥이는 안 와 있다. 막둥이가 내
일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기다린다는 핑계로 하루 쉴 수 있으니까. 그런데 막둥이
는 이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홉 시가 지나서 기어이 오고야 말았다. 내일 하루
는 어찌 할 것인가!
8월 29일 일요일
작점마을 - 추풍령 정류장 - 황간 - 화령(화서면) - 화북행 버스로 동관리 - 장자동
- 갈령
버스로 이동한 날.
추풍령에서 황간을 거쳐 화령에서 약간의 시장을 보고 명희가 그렇게 갈망하는 짜장면 곱빼
기 와 하얀 공기 밥을 추가로 먹으면서 마치 소풍 나온 어린애들 마냥 즐거워한다.
8월 30일 월요일
07:00 출발(갈령) 08:30 형제봉 도착 09:45 67고지 도착 10:40 703고지 13:30 속리산 천
황봉 도착 14:10 점심후 출발 14:55 입석대 15:55 문장대 도착 18:40 장방리(일명 장바
위) 도착
잠시 벗어났던 대간과 다시 만난다. 국립공원지구에 있음인지 왠지 모를 여유가 있다. 중
간중간 보이는 더덕도 캐고 놀면서 올라온 천황봉. 멀리 보이는 하얀 바위들이 아름답기만
하다.
형의 뒤를 따르면서 힘있게 걷고있는 막둥이를 바라보며 기꺼이 동생을 대원으로 받
아주신 형께 감사한다.
8월 31일 화요일
07:30 막영지 출발 08:15 눌재 출발 10:00 청화산 정상 12:30 801고지 도착 13:10 점심후
출발 13:25 갓바위재 통과 14:15 조항산 도착 16:20 고모치 도착 17:00 854고지 18:00
밀치(막영)
형은 계속 앞을 서고, 막둥이, 명희순으로 오늘도 하루 온종일 걸어야 한다. 가끔씩 뒤돌아 보는 막둥이만 보면 웃음이 나오고,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은 형께 미안함이 덜한데 날씨가 흐린 날은 무슨 죄나 지은 것처럼 미안하다. 독도가 무엇인지? 예정보다 적게 간 밀치에 도착해서 정밀 오랜만에 모닥불 준비를 한다. 더덕주에 곁들어 형과 막둥이의 노래 소리가 이 밤 명희를 한껏 행복하게 한다.
9월 1일 수요일
07:00 밀치(막영지) 출발 08:00 대야산 정상 09:30 668고지 도착 09:55 불란치재 도착
11:00 733고지 12:00 포장도로(막영)
바위투성이인 대야산 정상에서 생각 없이 내려오다 보니 대간길을 살짝 벗어나고 있다. 5 분 내려왔으니 되돌아가는 길도 5분. 대야산에서 내려오는 길은 험하기 이를 데 없었고 이 길을 날씨가 흐린 날에 내려온다면 하고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서는 듯 하다. △733고지 역 시 마찬가지. 오다가 모장갑 한 짝을 보았는데 이 길을 겨울에 걷는 사람은 어떠할까? 불란치재 너머 도로에 도착하니 햇볕도 좋고, 바람도 좋고, 옆의 계곡도 좋아라. 계곡에서 얼굴을 씻고 물을 한 모금씩하고, 우리 셋은 손뼉을 짝. 짝. 짝. "배낭을 풀어" (형 특유의 목소리를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걸.) 막둥이는 술과 고기를 사러 아랫마을에 내려가고 형은 그 동안 캤던 더덕을 씻고 명희는 빨래를 한다. 고기와 더덕을 구울 돌판도 만들어야 하고 분주하다. 과연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한잔이 두잔이 되고 두잔이 세잔이 되어 우리의 술은 비상술까지 동이나 버렸다. 이 보고 서를 쓰고 있는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술을 한잔할까 하고 형께 전화하니 형은 또 없네. "백수가 더 바쁜 것 몰라?" 하시는 은호형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10월 29 일))
Chonnam National University Alpine Club.
Our homepage was born in 27th April, 1997. Currently 27 years o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