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록 : 유 명 희

구간 : 불란치재에서 죽령까지(6일)

9월 2일 목요일
08:05 막영지 출발 09:25 장성봉 도착 10:20 827고지 도착 11:25 787고지 도착 12:30 821 고지 도착 13:25 722고지 도착 14:00 점심후 출발 14:00 온티재 도착 15:35 683고지 너머 안부 16:30 구왕산 도착 18:15 희양산 도착 19:05 시루봉밑(막영)

아침에 일어나니 황당하더라. 소주 큰 병을 세병이나 마셔버렸단다. 우리가 먹은 더덕의 노함인지, 소주의 원풀이인지 오늘은 유난히 바윗길이 많다. 온티재에 도착하니 봉암사의 출입통제 안내문이 있고 통제의 철책선이 나무의 아픔만큼이나 날 아프게 한다.
구왕봉을 내려오면서 날씨 좋은날에 내려오게 된 것을 얼마나 감사해야 되는지, 경사는 급하고, 흙들은 씻겨 내려가 버렸고, 나무뿌리마저 흔들린다. 이제 희양산을 올라가야 하는데 멀리서부터 꽤나 인상적이었던 희양산. 드디어 그곳까지 온 것이다. 희양산을 오르면서 형은 몇 번이나 조심 또 조심하라고 강조를 한다.
아름다움만큼, 우리들의 오름짓을 한껏 앙탈부리며 거부한다. 하지만 이 길이 내려감이 아닌 오르막길임에 감사해야 했고, 날씨가 좋음을 감사해야 했고, 겨울에도 이 길을 오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그들에 대한 경외감마저 인다. 막둥이는 오르다가 나무 뒤에 숨어서 명희를 지켜보았단다. 행여나 실수하면 명희를 구출하려고.

9월 3일 금요일
07:00 막영지 출발 08:50 이만봉 도착 10:00 981고지 10:50 평전치 11:15 백화산 11:55 점심과 휴식후 출발 13:50 황학산 도착 13:50 갈미봉 앞 봉우리 15:00 이화령 (막영)

오늘부터는 작년에 형과 같이 걸었던 길로 접어 선다. 우리가 가야할 곳을 바로 옆에 둔 채, 이렇게 능선을 타고 돌아야 된다는 사실이 우습다. 그렇지만 오늘은 이화령이다.
작년 생각에 씁쓸히 웃어본다. 어떤 새끼가 4학년을 저렇게 때렸어(두인형). 때린 새끼한테 물어 봐(광복형). 여유를 부려본다. 더덕도 캐고, 돌배도 따먹고, 군 기지를 통과할 때 은호형이 신분증을 찾으려고 배낭을 풀면서 꺼낸 네병의 더덕주를 보면서 놀라는 군인들의 모습이란.
가벼운 웃음으로 답해 주었다.
형, 라면하나 먹을게.
먹지마.
아따, 하나 먹을께. 내일 점심에 안 먹을게.
니가 내일 안 먹는다고? 니말을 믿어? 안 먹는다는 니말을?
아따, 하나 먹을께.
때가 어느 땐데 주식을 남발하려고 해. 먹지마.


9월 4일 토요일
08:05 출발 09:05 조령산 밑 샘터 09:30 조령산 정상 10:35 937고지 트레버스 11:25 923 고지 도착 12:55 812.5고지 13:14 조령 3관문 도착 14:10 점심후 출발 14:45 마역봉 15:30 756고지 16:15 부봉밑 사거리 (성문터) 17:45 안부(부봉너머 안부) 18:45 하늘재 (막영)

어제 만났던 사람들과 이별이다.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모를 일이다. 밥을 다했는데 모두 깨어나질 못한다. 우리는 출발하는데 육십령에서 만나고 여기에서 또 만났던 대구 아저씨.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휴게소 의자에 침낭을 펴고 눕는다. 술이 깨어야 대구에 갈 수 있단다. 조령 3관, 곳곳이 작년의 기억들로 새롭다. 작년에는 여기에서 낮잠을 자고 야간 산행을 하면서 별빛에 취했었고, 1학년 후배는 불만을 토로했고, 음악은 흥겹게 흐르고 동동주 생각은 절로 나는데. 마역봉을 지나면서부터 앞서간 형이 이상하다. 말도 없이 거의 뛰다시피 가고 있다. 막둥이와 명희도 말없이 따르다가 둘이 마주보고 씩 웃고 달리기 시작한다.
막둥이는 (형이 왜 저러나 무슨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었나, 그렇다고 이렇게 화풀이하실 형님이 아닌데) 명희는 (형이 왜 저러나 내가 뭘 잘못했나) 한시간을 넘게 이렇게 가니까 이젠 웃음뿐이다.
형! 무슨 Cross - Country해요?
응, 부봉밑까지 1시간 안에 갈 수 있나 보려고

9월 5일 일요일
산중휴일

형이 처음 계획세울 때, 무게 때문에 국립공원 지구는 주말에 통과하면서 각자 살기를 생각했었는데, 우리는 어쩌다 보니 국립공원 지구를 주말만 피해서 다니고 있는 듯 했다. 그런데 오늘은 국립공원지구에, 일요일인데 뭐 좋은 일 없을까 한번 기대해본다. 그리고 산중휴일 중 온전하게 쉬는 하루라 할 일이 많다. 빨래도 해야 되고, 신발도 꿰매야 하고.
은호형은 목욕할 수 있는 물을 찾으러 가고, 막둥이는 또 밖에 나가기 위해서 세수를 한다.
형은 어쩐가 보게 오늘은 아무곳도 가지 말고 술도 마시지 말고 쉬어보자고 하신다. 포암산을 오르기 위해 올라온 등산객(전북 고향인 윤선호, 권상환)이 하도 반가워서 커피 한 잔 대접한 것이 아침 9시부터 7시까지 술로 이어졌다. 아랫마을 안에서 불을 밝히고, 하여간 분주한 하루였다.
우리의 조용한 휴식은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9월 6일 월요일
07:05 출발 08:00 포암산 정상(일명 마골산, 계립산) 09:35 938.3고지 도착 10:50 844고지 12:00 1032고지 13:05 1034↔대미산 안부 14:00점심후 출발 14:40 대미산 정상 16:50 981 고지 도착 17:30 차갓재 도착 (막영)

'배가 아펐다. 디져 불라다 정로환 먹고 조금 나았다. 죽을 것만 같다.'라고 기록장에 써있다. 어제 휴일을 그렇게 보내고 저녁 7시부터 잔 덕분에 새벽 한시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또 자고 7시에 출발 할 수 있었다.
포암산을 오르는 우리는 어제 못한 목욕을 땀으로 하고 있다. 명희가 배가 아퍼서 낑낑대니까 대미산 정상에 가서 먹기로 한 점심을 아래 안부에서 먹고, 은호형은 죽기보다 더 싫은 배낭을 풀어 정로환을 꺼내 주신다. 형이랑 막둥이가 걱정되는 표정을 짓는데, 그 표정을 믿어도 될지(?)
둘은 마구 걷는다. 그래 갈려면 가라 하면서 더덕을 한 뿌리 캣 옷에 쓱 문질러 한입에 물 어본다. 씁쓸한 맛에 그래도 한 번 웃어본다. "명희야 그렇게 못 걸을 정도로 아프냐?" 그 래.(아마 내가 더덕 캐 먹느라고 늦은 줄 모를거야.) 형과 막둥이는 차갓재에 물 뜨러 갔다 가 펴져버렸단다.


9월 7일 화요일
06:40 출발 07;00 816고지 너머 안부 08:05 황정산 정상 08:50 985고지 밑 헬기장 09:50 926고지 밑 안부(사거리) 11:50 벌재재 12:07 벌재재 너머 안부 12:50 점심후 출발 13:30 1,000고지 도착 14:15 1067고지 도착 15:30저수재
상쾌한 아침, 7시 이전에 출발해서 기분은 그만이다. 출발 20분후 헬기장도 있는 사거리를 만나 어제 여기까지 왔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 그러나 오늘 저수재 가는 날이다. 앞서갔던 대구팀이 저수재 가면 공사중이라고 했다. 오로지 막걸리 생각뿐이다. 위험한 바위지형인 황정산을 지나고 벌재재를 통과하면서 일찍 저수재에 도착했다. 길 옆에 텐트를 치고 우리는 물통과 물백을 들고 길을 나선다. 무엇인가를 찾아서. 공사장 함박집을 찾아서 닭도리탕에 소주를 마시고 또 행복하다. 막둥이 왈, "아줌마! 소주 한병 주세요, 많이 주세요." "소주 를 어떻게 많이 줘 김치아니여" 그래서 우린 또 웃었다.
관광목장단지를 조성한다고 많이 변해 버린 저수재를 보며 기분이 이상하다. 모닥불을 피 우고 불판을 올려놓고 더덕을 구워먹으며, 어제 먹어버린 닭갈비 생각이 간절하다. 밤하늘의 별을 얘기하며 형과 막둥이가 노래를 한다. 다음에 이곳에 서있을 휴게소와 변해가는 저수 재를 생각하며.


9월 8일 수요일
06:30 출발 07:00 1080.7고지 도착 07:20 저수치 도착(헬기장) 08:25 배재 09:40 1033.5 고지 10:50 뱀재 도착(4번째 헬기장) 12:15 묘적령 도착 12:50 묘적봉 정상(중식) 13:40 점심후 출발 14:30 도솔봉 도착 16:00 1286 고지 16:40 샘터 17:20 죽령

배재, 싸리재, 뱀재, 재도 많기도 하다. 길 흔적들은 뚜렷한데 풀들이 너무 자라있다. 은호 형은 자꾸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오늘은 명희가 앞서기로 했는데 또 형이 앞서서 그저 미안할 뿐이다. 빨리 도착해서 쉬고 싶다. 그런데 왜이리 멀기만 한지. 배고픔을 뒤로하고 묘적봉에 가서야 겨우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대체 형은 힘이 어디서 그렇게 나오는지 알 수가 없다. 먹는 것은 똑같은데.
죽령에서 들려오는 차소리를 들으며 한 껏 속도를 내어보나 거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기복이 왜그리 심한지. 죽령에 5시가 되서야 겨우 도착. 토산품 판매대 뒤 등나무 밑에 막영 을 하고 옛 기억을 떠올려 보나 피곤함 때문인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9월 9일 목요일
임시 산중 휴일

새벽 한시에 일어나서 밥도 하고 국도 끓여 형과 막둥이를 깨운다. 맛있게 밥을 먹고 은호형은 어느때와 같이 화장실로 갔는데 막둥이 왈 "누나 어떻게 후배로서 오늘 여기서 쉴 수 없어?" "너 쉬고싶어?" "응" "그래?"(손뼉을 짝 치고) 형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형! 오늘 쉬 게" 은호형은 심각해지는데 명희는 침낭을 다시 펴고, 막둥이는 눈치를 살피고. 은호형은 심 각해진 표정을 조금씩 웃음띤 얼굴로 바꾸면서 뭔가 결정했다는 듯 손을 편다. 짝 짝 짝 다시 침낭속으로 들어가 오랜만에 늦잠을 잔다. 죽령에서 단양과 풍기를 왕래하는 버스를 타고 풍기로 나가서 형과 막둥이는 힘의 근원 만화방으로, 명희는 목욕을 하고, 짜장면도 먹고, 고기도 먹고, 예정에 없던 휴일이어서인지 마냥 즐겁기만 하다.

500-757
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로 77 전남대학교 제1학생회관 400호
회장 임주희


Chonnam National University Alpine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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